몸에 돋아난 비늘, 파란 피부에 퍼렇게 올라온 핏줄, 뒤틀린 신체에는 난투의 흔적이 보이고 목이 거의 떨어져 있는 것이, 아마 라몬트가 처리한 괴물인 모양입니다.
혼자서 괴물을 처리했다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만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라몬트 몸에 새로 감은 것 같은 붕대가 보였죠. 사람이 어쩌다 이런 것이 되는 걸까요.
글렌 힉스:라몬트답게 운 좋게 쓰러트린 걸까요? (흥얼거리다시피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더 관심이 없어졌는지 내버려둔다. 애초에 볼 사람도 없는데 뭘 이렇게 감춰둔건지.)
(책상과 파티션 쪽에는 볼 게 있을까? 살펴본다.)
an r. (GM):책상과 파티션 쪽은 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괴물만이 외롭게 방을 지키고 있었네요.
글렌 힉스:흐음, 시시해라. (도로 방 문을 열고 나간다.)
an r. (GM):글렌은 다시 라몬트가 있는 사무실로 돌아가나요?
글렌 힉스:(돌아간다!)
an r. (GM):사무실로 돌아가면 라몬트는 혼자 멍하니 창가를 보며 앉아 있습니다. 평소보다 한층 피로해 보이네요.
글렌 힉스:피곤하다지 않았나요? 이럴 때 눈을 감아둬야 하는 게 아닌가요?
라몬트 알로이스:(글렌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연다) 자고 싶긴 한데, 잠이 잘 안 와서요. 가만히 있으면 피로가 풀릴까 해서 가만히 있어 봤어요.
뭐 발견한 거 있어요? 식량 같은 거?
글렌 힉스:아까까지 잘만 주무시더니. (비웃다시피 이죽이며 곁으로 가 앉는다.) 라몬투가 처치한 괴물 한 마리를 발견했답니다. 굳이굳이 숨겨둔걸요.
라몬트 알로이스:(눈을 몇 번 깜빡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괴물 시체라도 볼 만한 건 아니잖아요. 혼자 처리하느라 좀 뼈가 빠질 뻔했네요.
(손을 뻗어 글렌의 볼을 한 번 슬쩍 만지고 떨어진다) 물에 빠져서 차가워졌을까 했는데, 그렇게 많이 안 차갑네요. 몸이 튼튼해서 다행이네요.
글렌 힉스:조금은 쓰러트린 걸 자랑하고 싶어해도 될 텐데 말이죠. (아무말로 대꾸하며 손을 쳐낸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웃는다.) 누구와는 다르게 운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몸이거든요. 이 정도는 끄떡없답니다.
(네가 뭔데 날 만지냐는 듯한 태도로 라몬투의 머리를 흐트러뜨린다.)
라몬트 알로이스:(손을 쳐내는 손길에도 익숙하다는 듯이 그냥 웃는다) 다행이네요. 글렌이 없으면 혼자서는 외로울 테니까 더 건강해야죠. 다음에는 물에 안 빠지게 조심해요.
여기는 더 볼 게 없다면, 해가 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등대까지 아직 거리가 좀 남았으니까요.
글렌 힉스:외롭기 싫으면 저를 더 즐겁게 해주셨으면 한답니다. 자꾸 시시한 꼴 보이면 버리고 갈 테니 그런 줄 알아주세요?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배낭을 챙긴다.)
라몬트 알로이스:내가 언제 시시한 꼴 보여줬다고 그래요. 원래 시시한 인간이라 그런 거라구요. (그를 따라 일어나 배낭을 챙긴다.)
an r. (GM):두 사람은 빌딩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평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라몬트는 확실히 지친 기색이 보입니다. 밤이라도 샌 걸까요?
아래로 3층 정도 내려가니 파도 소리가 가까워지고, 곧 검은 물이 발치까지 차올라 있는 층에 도착합니다.
창문을 통해 저편에 등대로 보이는 빌딩이 있고, 그쪽으로 향하는 방향에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기울어진 빌딩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글렌의 기억보다 등대가 좀 더 가까워 보이네요.
글렌 힉스:(어딜 가도 멀쩡한 구석이 없는 세상이 참 유쾌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저 빌딩에서 묵도록 하죠.
라몬트 알로이스:그래요. 저기까지 수영해서 가야겠네요. (익숙한듯 가방에서 비닐을 꺼낸다.) 이거 글렌 가방에도 씌워요. 젖으면 안에 들어 있는 것도 젖을 수 있으니까.
an r. (GM):사실상 대부분의 교통 수단이 무의미해진 도시에서 이동 수단은 물 위에 뜬 것에 몸을 의지하거나 수영을 하는 수밖에 없어서, 두 사람은 빌딩을 수영으로 오가곤 했으니까요.
이 정도 준비는 습관과 같은 것입니다.
글렌 힉스:네에, 네. (비닐을 받아 익숙하게 제 가방을 싼다.)
an r. (GM):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두 사람은 첨벙, 검은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수영 판정
글렌 힉스:
수영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an r. (GM):글렌은 타고난 피지컬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뺨치는 수영 실력을 자랑하고 있군요.
rolling 1d100<50
(
12
)
=
1 Success
라몬트도 썩 괜찮게 수영을 할 줄 압니다.
보글거리는 물거품 소리와 함께 눈을 뜨면 희미하게 투과되어 번지는 붉은 노을이 시야를 밝혀줍니다. 검은 바다에 수몰된 세상이라는 것은 참 기묘한 공간입니다. 이 암흑 속에 문명이 잠들어 있네요.
an r. (GM):이끼가 잔뜩 돋아난 빌딩 벽과 건물의 지붕. 틈이 있는 곳마다 길게 자라나 물살따라 흔들리는 검은 해초와 물속에서 느껴지는 꿉꿉함, 미적지근한 검은 바다.
평소보다 물 온도가 올라가 있는 느낌이군요. 예전에는 좀 더 차가웠던 것 같은데. 멸망을 앞두고 바다도 변하는 걸까요? 검은 바닷속에서 옅게 빛나고 있는 바다 반딧불이가 글렌의 눈에 보이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가라앉은 자동차를 채우며 자라고 있는 산호초들은 책과 뉴스에서 본 것처럼 화려하지 않고 새하얗기만 합니다
파도에 휩쓸리며 무너진 벽에 끼여서 부푼 시신의 몸에는 따개비가 가득하군요. 라몬트가 봤다면 질색했을 것 같은 광경이에요.
글렌 힉스:(시체는 시시하다....별 관심을 두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
an r. (GM):글렌의 아주 뛰어난 수영 솜씨로 인해 두 사람은 무난히 기울어진 빌딩에 도착합니다. 수영으로 인해 체력이 2 소모됩니다.
글렌 힉스:(축축....) 어떻게 잘 건너왔네요! 이제 쉴 방을 찾죠.
an r. (GM):두 사람이 깨진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휑하니 넓은 공간이 보입니다. 발목 즈음까지 차오른 검은 바닷물이 파도가 칠 때 마다 출렁입니다.
금이 간 벽에는 이끼만 가득하고, 방 밖으로 나가는 문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글렌 힉스:(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아까처럼 귀를 대고 바깥의 소리를 들어 본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an r. (GM):문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만 들리네요.
라몬트 알로이스:휴, 이젠 진짜 쉬고 싶네요.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축축한 옷을 조금 짜본다)
글렌 힉스:아무 일도 없으면 그것대로 시시한데요? (웃으며 문을 열고 나온다.)
라몬트 알로이스:오늘은 괴물을 만나도 되도록 안 싸우고 도망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깨를 조금 늘어뜨리며 글렌을 따라 나간다)
an r. (GM):문 밖의 복도는 역시 얕게 잠긴 채 고요합니다. 한쪽 벽면이 뜯어져 그대로 보이는 바깥은 이제 완연한 암흑으로 수평선의 경계가 보이지 않아요. 복도 끝에 계단이 보입니다.
글렌 힉스:다음에 나오면 제가 쓰러트릴 테니 라몬트는 어디 구석에 숨어있기라도 하면 될거랍니다. (첨벙거리며 계단으로 다가가 위를 올려다본다.)
라몬트 알로이스:무슨 걱정을 못하게 한다니까요. 진짜. (느릿느릿 글렌을 따라간다.)
an r. (GM):계단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기울어진 빌딩이라 경사가 좀 급해 보이는 정도네요.
글렌 힉스:(아무 걱정 없이 계단을 올라간다!)
an r. (GM):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자 활짝 열린 문과 문 너머의 복도가 보입니다. 문 밖으로는 긴 복도가 이어져 있고 박살나거나 아직 멀쩡한 마네킹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네요.
글렌 힉스:(열린 문으로 들어간다.) 흐음, 이전에는 옷가게였을지도 모르겠네요.
an r. (GM):문으로 들어가 복도를 걷다 보면 부서진 마네킹은 괴물의 손톱에 의해 부서진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벽에도 손톱 자국이 꽤 많이 남아 있네요. 정말 옷가게였던 걸까요?
라몬트 알로이스:뭔가, 조금 섬뜩하네요. 마네킹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까.
글렌 힉스:저희도 하나씩 부숴볼까요? (눈에 띈 아무 마네킹이나 걷어차서 쓰러트린다.)
라몬트 알로이스:기운도 좋네요, 글렌은. (주변을 둘러보며 챙길 만한 것이 없는지 보고 있다.)
an r. (GM):글렌이 마네킹을 걷어차자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마네킹이 쓰러집니다.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네요.
글렌 힉스:아무도 안계시나 보네요. (아쉽다는 투로 말하곤 복도를 나아가며 달리 눈에 띄는 건없는지 살핀다.)
an r. (GM):복도에 있는 문들은 대부분 유리창이었던 모양인지 거의 로비같은 상태가 되어있고 반쪽 난 망치나 안이 비어있는 공구통, 부서진 가구가 보이네요. 정말 아무도 없는 걸까요? 복도 끝에는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경사가 심해 보이니 올라가려면 조심해야겠어요.
글렌 힉스:라몬투는 저 망치라도 들고 있는건 어떤가요? (반쪽 난 망치를 가리킨다.)
라몬트 알로이스:그런 살벌한 얘기 좀 하지 마요... (질색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글렌 힉스:괴물 머리 깨기엔 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까륵 웃고는 다음 계단을 오른다.)
라몬트 알로이스:...아마 글렌 배낭에 나이프가 있을 테니까, 나중에 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글렌을 따라 계단을 오른다.)
an r. (GM):두 사람은 계단을 오릅니다. 고요한 빌딩의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네요. 아랫층과 달리 전투의 흔적은 없습니다. 피도 없고, 손톱 자국도 없네요. 계단이 가파라서 괴물이 여기까지 못 온 걸까요?
복도에는 방으로 통하는 것 같은 문 여러 개와 멀리 부서진 계단이 있습니다. 이 층에서는 방금 올라온 계단을 빼면 다른 곳으로 갈 방법은 없는 것 같네요.
글렌 힉스:(부서진 계단을 살핀다. 올라가긴 어려워 보이는가?)
an r. (GM):부서진 계단은 올라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
글렌 힉스:흐음, 여기서 묵어야겠네요. (가장 근처에 있는 문 하나를 열어본다.)
an r. (GM):문은 쉽게 열립니다. 방 안으로 들어가 보면 주기적으로 청소한 듯 먼지 없는 방이 보입니다. 가구가 있었던 흔적과 바닥의 흠집, 벽에 진 얼룩을 보아하니 이곳에 있던 가구를 누군가 다 치웠거나 최초의 해일에 쓸려 비어버린 방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벽의 구석에 잡동사니로 만들어진 작은 탑이 보입니다. 다가가보면 비어있는 약통, 완전히 찢어진 책들과 낡아빠진 옷가지, 한 번 씻어서 둔 듯한 다 먹은 통조림 캔 같은 것들이 쌓여있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적이 있는 모양이네요.
라몬트 알로이스:여기 사람이 살았던 걸까요? (고개를 빼꼼 내밀어 방을 둘러본다)
글렌 힉스:다른 방도 열어볼까요? 운 좋으면 식량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른 방 문도 열어본다.)
라몬트 알로이스:아, 앗, 근데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면 이거 주거 침입... (황급히 따라간다)
an r. (GM):글렌이 다른 방 문을 열어 보려 하자 어라, 이 방은 문이 잠겨 있네요.
글렌 힉스:요즘 세상에 주거침입같은 소릴 하는 사람이 제 주위에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요. (방 문을 쾅쾅 발로 찬다.)
an r. (GM):글렌이 방문을 쾅쾅 발로 차자 곧 철퍽, 철퍽, 물에 젖은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불쾌한 숨소리도 함께 들려오네요. 두 사람이 올라온 계단 쪽에서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괴물이군요. 이 빌딩 어디에 숨어 있던 걸까요? 도망치자니 계단은 하나 뿐이고, 괴물이 올라오고 있네요.
숨으려면 방금 그 빈 방이 있겠지만, 괴물이 있는 곳에서 오늘 밤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라몬트 알로이스:그, 글렌. 그... 숨는 건 어떨까요....? (불안한 눈으로 글렌의 손을 붙든다)
글렌 힉스:숨는다구요? 제가요? 고작 괴물 하나 때문에?(얼척)
라몬트 알로이스:느낌이 안 좋아요. 그냥 숨어서 모면하면 어떨까요...? (쭈글)
글렌 힉스:흐음. 조금만 더 안쓰럽게 말했다면 마음이 동했을지도 모르는데... 어쩔 수 없죠. (어깨만 으쓱이고는 방에 들어간다.)
두 사람은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비어있던 옆 방으로 들어갑니다. 문은 닫히기는 하지만 잠기지 않습니다.
철퍽, 철퍽, 젖은 발소리가 복도에 오르고 분명 숨을 죽였는데 두 사람의 방 앞에서 철퍽거리는 발소리가 멈춥니다.
이런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숨었지만 결국 걸려서 전투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요.
이제라도 먼저 공격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한 마리라면 기습하면 죽일 수 있지 않을까요?
글렌은 어떻게 할까요?
글렌 힉스:(라몬트를 봐서 함 봐주기로 한다;)
라몬트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듯 묘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빛과 글렌의 자비로움에도 불구하고, 문은 열리고 맙니다.
문 밖에는 역시나, 괴물이 있군요. 시퍼렇게 뜬 눈과 비늘, 기괴하게 발달한 날카로운 손톱. 불쾌한 냄새가 훅 끼쳐오고, 두 사람을 향해 괴물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듭니다.
라몬트 알로이스:(글렌을 빤히 보다가 순순히 열쇠를 받아들어서 방문을 연다) ...나 시켜먹고 싶어서 손이 좀 근질거린 건 아니죠?
글렌 힉스:글쎄요.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고.(빙글빙글)
an r. (GM):아니나 다를까 열쇠는 잠겨있던 문에 딱 들어맞고, 찰칵 소리를 내며 돌아갑니다. 문이 열리네요.
문을 열면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작은 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회사에서 휴게실이나 취침실로 사용하던 장소일 것 같네요.
젖지 않은 침대를 보는 게 얼마만이죠? 그리고 무너지지 않은 꽤 멀쩡한 책상과 의자. 책상 위에 있는 책들.
다른 것보다는 낡아 보이지만 색색의 천을 여러 겹 덧대어 기운 포근해 보이는 2인용 소파가 침대 옆에 놓여있습니다. 작지만 바깥이 보이는 창문과 비가 올 때를 대비한 것 같은 창문에 꼭 맞는 나무판도 있고, 작은 테이블도 보입니다.
가구들은 약간 기울어진 빌딩에 맞춰 접은 종이 등을 다리에 끼워서 균형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만큼 해내기가 참 어려웠을 것 같네요.
글렌 힉스:와아, 끝내주는 종말라이프를 보내셨나 보네요?
라몬트 알로이스:(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낸다) 굉장히 열심히 사셨네요. 할 일도 별로 없었을 테니까요.
그런 사람이 결국 괴물이 되었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잠시 숙연해진다)
글렌 힉스:덕분에 저희가 이런 곳에서 쉴 수 있잖아요? 잘 된 일이랍니다. (냉큼 침대를 차지하고 눕는다.)
an r. (GM):눌러보면 삐걱, 소리가 작게 납니다. 그래도 매트리스는 푹신하네요. 베개도 있고요. 2명이서 잠들기에 조금 좁지만, 붙어 잔다고 생각하면 좋은 넓이입니다. 이 방은 바닥도 깨끗하네요.
라몬트 알로이스:(침대 주변을 둘러보다) 어, 여기 CD 플레이어도 있네요. 정말 혼자 잘 살기 위해 노력하셨나 보다...
글렌 힉스:듣고 싶은 노래가 있나요? 마음대로 틀어도 좋답니다.(벌써 주인행세)
라몬트 알로이스:(CD 플레이어를 뒤적거리다) 앗, 근데 이거 배터리가 없네요. 그래서 침대 밑에 넣어놨구나.
글렌 힉스:배터리요? (아까 챙긴걸 꺼내 던져준다.)
라몬트 알로이스:어. 이런 걸 어디서 찾았어요? (던져준 배터리를 받아서 CD 플레이어에 끼운다.)
글렌 힉스:아까 만들었답니다!(거짓말!)
라몬트 알로이스:나 참, 이럴 때까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게 글렌답네요. 멸망이 다가와도 변하지 않는다니까.
글렌 힉스:흠, 불만인가요?(불만이면 한 대 칠 기세)
됐고, 빨리 틀어보기나 해요.
라몬트 알로이스:불만이라고 누가 말했어요. ...좋다고요. 글렌은 계속 그대로였으면 좋겠다구요. 세상이 변했지만... 뭐 하나는 안 변해줬으면 좋겠어요.
음, 이거 틀려고 했는데 왜 안 되지. CD 플레이어 너무 오랜만에 만져봐서 그런가. (CD 플레이어를 만져보고 있다)
글렌 힉스:답답하게 왜 그러시나요(꾸물거리며 일어나 플레이어를 빼앗는다.)
an r. (GM):잔잔한 피아노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네요. 아마 주인의 취향은 이런 노래였나 봅니다.
글렌 힉스:와.........취향 참.........(도로 라몬트에게 쥐여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플레이어에 더 이상 관심이 생기지 않는지 책상을 살펴본다.)
라몬트 알로이스:왜요, 나름 잔잔하고 좋은 노래인데... 배경 음악처럼 틀어놓자구요.
글렌 힉스:전 그런 거 없어도 잘 잔답니다~
an r. (GM):책상에는 서랍이 세 칸 있고, 책상 위에는 펜 몇 개 굴러답니다. 그리고 책상 위 책꽂이에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라몬트 알로이스:이렇게 느긋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또 언제 있겠어요.
글렌 힉스:(꽂힌 책들을 살펴본다.) 흐음. 비명소리가 녹음된 음악이라면 참 좋을텐데.
라몬트 알로이스:네에, 네에. (침대에 앉아 있는다.)
an r. (GM):책상 위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이 꽂혀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인어공주] 도 있고, [직장 생활 팁 100가지!] 라는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모아온 모양이에요. 그리고 책들 사이에 끼어있는 수첩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글렌 힉스:이제 와선 다 쓸데 없는 책들이네요! (흥얼거리며 수첩을 꺼내 펼쳐본다.)
an r. (GM):수첩은 기록일지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도 이런걸 적었었죠. 몇 페이지만 읽어볼까요?
적당히 훑어보면 이곳에 도착한 윈이라는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다짐을 하다가 죽고 싶어 하기도 하고. 가족을 보고 싶어하는 내용입니다.
글렌 힉스:(고통받는 듯한 모습이 상상되는 것 같아 꽤 즐겁다. 팔락팔락 넘긴다.)
검은 해일이 몰려온다 했더니 눈을 뜬 곳이 이곳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세상은 다 물에 잠겼고 당연히 휴대폰도 먹통이다. 리안은, 캐시는… 제발 무사해줘.
괴물에 의해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 괴물에게 물어뜯긴 사람이 괴물로 변한 것도.
그들이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게 행운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도울 수 있었을까? 아니, 내가 도왔더라면... 나도...
가족과 꽃밭으로 소풍가는 꿈을 꾸고 깨어났다. 꿈인걸 알고있었지만, 사실은 깨어나고 싶지 않았어. 이곳에서 죽게 되면 가족을 볼 수 있을까?
마음을 다잡고 장소를 옮겼다. 바다 저편에 빛이 나는 건물이 생겼다. 이동하고 싶지만 괴물을 만난다면... 이곳에 남아 길잡이를 해볼까 싶다.
...일단 식량 문제는 없고 이곳은 안전하니까. 조금만 더 쉬자.
an r. (GM):윈의 기록은 여기서 끝이 났습니다. 평범한? 일기네요.
글렌 힉스:저금 더 쉬어버린 결과 죽어버렸네요, 시시해라. (수첩을 라몬트에게 던져주고는 소파도 살펴본다.)
라몬트 알로이스:나 주는 거예요, 이거? (얼떨결에 받아든다.)
an r. (GM):색색의 천을 덧대어 기운, 꽤 예쁜 색감인 쇼파입니다. 낡았지만 제법 푹신하고 한사람 정도라면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네요. 다리가 좀 삐져나오려나요?
소파 아래에는 통조림과 생수가 상자 안에 들어있습니다. 통조림이 3개, 생수가 3개 남아 있네요.
글렌 힉스:그런 내용을 좋아할 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라몬트는 여기서 자면 되겠네요? (상자를 끄집어내 통조림과 생수를 꺼낸다.) 와아, 식량이네요!
라몬트 알로이스:당연히 내가 소파인 거예요? 침대에서 재워줄 생각은 없는 거죠? (약간 어이 없다는 말투로 대꾸한다) 식량이라, 다행이네요. 먹을 거 찾는 것도 요새는 힘드니까.
글렌 힉스:당연하죠, 집주인을 쓰러트린 사람이 침대를 차지하는게 당연하지 않나요? (웃으며 물과 통조림도 던져준다.)
라몬트 알로이스:(물과 통조림을 받아 배낭에 넣는다) 어차피 억지로라도 침대에서 잔다고 우겨봤자 침대에서 굴러 떨어뜨릴 게 뻔하니까요.
글렌 힉스:그치만 라몬투와 한 침대라니 상상만 해도 별로인걸요. (제 배낭에도 식량을 채워 놓고는 테이블도 살핀다.)
an r. (GM):테이블은 한 번 물에 빠졌던 것을 건졌는지 흰 테이블의 다리만 까맣게 물들어 있습니다. 그 외 눈에 띄는 점은 없네요.
라몬트 알로이스:네, 네. 그러시겠죠.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 (꿍얼꿍얼)
글렌 힉스:...설마 라몬트, 저와 함 침대에서 자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죠?(갑자기)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한 건 아니죠!?(중요해서 두번)
라몬트 알로이스:나도 딱히 글렌이랑 한 침대에서 자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요?! 그냥 푹신한 침대가 그리웠을 뿐이라구요! (벌떡 일어남)
글렌 힉스:이렇게 예쁜 미녀와 함께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구요!?!?(점점)
라몬트 알로이스:글렌을 단 한번도 그런 눈으로 본 적 없는데요. (정색)
글렌 힉스:설마...........안 서나요?(정색2)
라몬트 알로이스:............. (질색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적어도 글렌 상대로는 안 설 거 같은데요. 글렌은 날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글렌 힉스:아뇨. 전혀 제 취향이 아닌걸요.(즉답)
라몬트 알로이스:그래요. 나도 그러니까 괜한 오해 하지 마세요.
글렌 힉스:쳇.(대놓고 혀를 차곤 시시하다는 등 꿍얼거리며 침대에 드러누워버린다.)
라몬트 알로이스:(소파에 가서 눕는다.) 잘 자요, 글렌. 내일도 수영을 해야 하니까 푹 쉬어두자구요.
글렌 힉스:네에, 부디 좋은 악몽 꾸시길. (손을 설렁설렁 흔든다.)
우리는 안락한 방에 앉아 있습니다.
아니, 이제 누워 있군요.
정리된 테이블, 통조림, 삐걱이지만 푹신한 침대와 찢어졌지만 앉는데 전혀 문제 없는 소파도 있습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일까요. 라몬트는 벌써 눕자마자 잠든 모양이네요.
아주 오래간만에 우리는 사람이 살법한 장소에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글렌은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평온한 삶에 대한 향수 같은 감정을 느낄까요?
글렌 힉스:(글쎄, 시시한 일상이 딱히 그립지는 않지만 멍청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건 조금 슬프게 느껴졌다. 그것 뿐이다.)
하늘은 여전히 어둡지만 오늘은 별도 보이는군요. 고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들리는 음악소리…. 창문으로 멀게 보이는 등대 빌딩에 불이 켜집니다.
역시 등대가 굉장히 가깝네요. 앞으로 이틀 정도면 도착하겠어요. 희망적이네요.
라몬트 알로이스:있잖아요, 글렌. (잠든 줄 알았는데 슬쩍 말을 건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만약 불의의 사고로 괴물이 된다면 글렌은 어떨 것 같아요?
아, 아니, 별다른 의도는 없고... 아까 그 괴물, 여기 살던 사람이 괴물로 변한 것 같길래... 남 일은 아니구나 싶어서... 그냥...
글렌 힉스:어떻긴요, 시시하겠죠?
그래도, 흐음. 죽이긴 아까우니까...사지라도 잘라내서 펫처럼 데리고 다니고는 싶네요.
아까 본 괴물을 그렇게 할 걸 그랬나?
라몬트 알로이스:... .... 글렌이 말하면 농담처럼 안 들리니까 하지 마요. 나 괴물 되면 차라리 죽여요.
글렌 힉스:싫답니다. 죽고 싶다면 알아서 죽으세요.
라몬트 알로이스:(허탈하게 웃는다) 알겠어요. 어디든 가서 알아서 죽을 테니까 사지를 잘라서 펫으로 삼으려는 그런 짓만 하지 말아요.
글렌 힉스:그건 라몬투 하기 나름이랍니다. 싫다면 알아서 피해야죠. 안그런가요?
라몬트 알로이스:... 잘 자요. (한숨)
글렌 힉스:네에.(눈을 감는다.)
검은 바다가 온 세상을 삼켜버렸고, 그 거품에서 괴물이 태어났다는 것을 빼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까지 들려오는 오늘의 파도 소리는 무척 자장가 같습니다.
... ...
... ...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울고 있습니다.
살이 뜯어지는 소리, 하늘이 다 무너질 것 같은 비명에 귓가가 아플 지경입니다.
누가 울고 있지? 누가 부르고 있나요?
시선을 내려보면 당신의 손에 피가 가득합니다. 살점, 피, 있어서는 안 될 것들입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일까요?
글렌은 산치 체크를 합니다.
글렌 힉스:
SAN Roll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글렌은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을 대면해 살짝 동요합니다. 산치 1 감소.
.. ..
...다시 고개를 들어보겠어요?
글렌 힉스:(고개를 든다.)
그럼, 당신의 발치에 피투성이인 라몬트가 얕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훅 불면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네요. 말을 거는 걸까요.
글렌 힉스:어머. 라몬트. 왜 그러고 있나요?(자세를 숙여 들어본다.)
...역시... ...하죠, 글렌.
드문드문 들려오는 말소리 너머로 글렌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라몬트 알로이스:글렌! 일어나요!
an r. (GM):방금 그건 꿈이었을까요? 해가 중천이네요.
글렌 힉스:음........5분만............
라몬트 알로이스:벌써 해가 중천이에요. 일어나요, 잠꾸러기.
글렌 힉스:네에, 네. (꾸물거리다가 일어나더니, 라몬트의 목을 가볍게 졸라본다.)(?)
라몬트 알로이스:(갑자기 목이 졸려서 캑캑거린다) 뭐, 뭐하는 거예요..! 놔줘요..!
글렌 힉스:흠, 살아있네요?(반응을 지켜보다가 놔준다.)
좋답니다, 그럼 짐 챙겨서 가볼까요?
라몬트 알로이스:그럼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죽기라도 하겠어요? (탁한 기침을 내뱉으며 멀리 떨어진다.)
an r. (GM):글렌을 바라보고 있는 라몬트의 안색은 어제보다 눈에 띄게 창백하고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옷차림이 조금 달라진 것 같네요. 옷을 더 껴입은 걸까요?